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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4) 만국함녕(萬國咸寧) 윤집궐중(允執厥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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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0-21 11:27 조회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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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정자 바른정치 하면 온나라가 평안
- ‘한곳에 치우침없이 중심잡아 국정운영’ 해야…'오미사악' 자세 필요
萬國咸寧(만국함녕)은 건괘 단사(乾卦 彖辭)에서 나온 말로 온 나라가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말이고, 允執厥中(윤집궐중)은 서경의 대우모에 있는 구절로 '진실로 그 중(中)을 잡아라'라는 의미다. 위정자가 윤집궐중의 자세로 국정을 펼친다면 온나라가 평안해질 것이다. (사진=이형로) 

덕수궁 고종 황제의 침전인 함녕전과 편전인 덕홍전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면 닫는다. 어느날 함녕전 문을 닫고 있는데 학생들 서너명이 구경하다가 다른 전각은 안 닫는데 왜 여기는 닫느냐고 물었다. 그러고보니 ‘왜 이곳만 닫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궁지기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단다. 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닫는다는 것이다. 임금인 고종이 친히 썼던 침실과 사무실 건물이어서 그런가. 필자도 의문이긴 마찬가지였지만 달리 고증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대답용으로 그럴듯한 전설을 하나 만들어 봤다. 

“때는 1999년 1월21일 오후 6시가 지날쯤이었어. 한 선배 궁지기가 함녕전을 지나가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가까이 가보니, 누군가 ‘야 이놈들아 춥다. 방문 좀 닫거라!’ 하더란다. 선배는 모골이 송연하여 사무실로 달려가서 보고했다는거야. 물론 사무실에서는 환청이라며 무시했지만, 그날은 고종 승하 90주기가 되는 날이어서 꺼림칙했다는거지. 그래서 그날부터 오후 6시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거야.” 이런 얘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솔깃해서 듣는데 어른들은 빙긋이 웃기만 한다. 
  
1896년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아관파천) 고종은 이듬해 환궁할 곳으로 경운궁(慶運宮, 1907년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할 때까지 덕수궁의 이름)을 택해 공사를 시작했다. 이때 지은 건물들은 대부분 신축이었으나, 함녕전은 경복궁의 만화당(萬和堂)을 옮겨 1897년 8월 경에 공사가 끝났다. 

1904년 4월 함녕전의 온돌 수리공사를 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이른바 '경운궁 대화재'가 일어났다. 이때 경운궁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으며 화재의 발원지인 함녕전도 잿더미로 변했다. 그후 1906년 다시 지어 고종은 1919년 1월21일 승하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함녕(咸寧)'은 '모두 평안하다'라는 뜻으로 주역 건괘 단사(乾卦 彖辭)의 ‘首出庶物 萬國咸寧 (수출서물 만국함녕, 만물에서 나오니 온 세상이 평안하다)'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온 나라가 평안해야 임금도 평안할 것임을 암시한 글귀다. 

주역에서 함괘(咸卦 ☱☶)는 산(山☶) 위에 못(澤☱)이 있는 형상으로 산 기운은 물이 되어 못 속으로 들어가고, 못의 기운은 수증기가 되어 산을 은은히 적시어 윤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주역에서 함(咸)자는 '산과 못의 기운이 서로 어울려 느낀다(山澤通氣 산택통기)'하여 '느낄 함'으로도, '모두, 다 함'으로도 훈독한다. 결국 함녕이란 너와 나, 윗사람과 아랫사람, 남과 여 심지어 내외국인까지 서로 감응하여 모두 평안하자는 말이다. 

논어 요왈편(堯曰篇)에 “堯曰 咨爾舜 天之曆數在爾躬 允執其中 四海困窮 天祿永終 舜亦以命禹(요왈자이순 천지역수재이궁 윤집기중 사해곤궁 천록영종 순역이명우)”라는 구절이 있다. “요임금이 순에게 왕위를 물려줄 때 말했다. ‘아, 그대 순이여. 하늘의 명령이 너의 몸에 있으니 진실로 그 중(中)을 잡도록 하라. 천하의 백성이 곤궁에 빠진다면 하늘이 준 복도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 순임금도 우에게 왕위를 물려줄 때 똑같이 명했다.“

한편 서경의 대우모(大禹謨)에서는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이라고 했다.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한결같이 해야만 진실로 그 중(中)을 잡을 것이다'는 뜻이다.

윤(允)은 ‘진실로(信)’라는 뜻이고, 중(中)은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음'을 뜻한다. 윤집궐중(允執厥中)이나 윤집기중(允執其中)은 같은 말로 '진실로 그 중(中)을 잡아라'라는 의미다. 그 속뜻은 왕위에 올라 정사를 펼칠 때 마음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말고 오로지 중심을 잡아 모든 일을 처리하라는 말이다. 

공자는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길을 묻는 제자에게 ‘五美四惡(오미사악)‘을 강조했다. ’다섯가지 아름다운 것을 높이고 네가지 악행을 물리치라‘는 뜻으로, 오늘날 우리 위정자들이 곱씹을 필요가 있는 말이다. (사진=이형로)

공자가 요임금의 윤집궐중을 말하자 자장(子張)은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있는가 묻는다. 이에 공자는 ‘尊五美屛四惡(존오미병사악)'을 강조한다. ’다섯가지를 높이고 네가지를 물리치라'는 것이다.

오미(五美), 즉 다섯가지 아름다움이란 ▲첫째 은혜를 베풀되 선심 쓰듯 낭비하지 않는다(惠而不費 혜이불비) ▲둘째 힘든 일을 시키면서도 원망사지 않게 해야한다(勞而不怨 노이불원) ▲셋째 의욕을 내더라도 탐욕스러워서는 안된다(欲而不貪 욕이불탐) ▲넷째 느긋하되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泰而不驕 태이불교) ▲다섯째 위엄을 갖추되 사나워서는 안 된다(威而不猛 위이불맹)이다. 

그러니까 백성에게 이로운 일로 분별있게 혜택을 베풀어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며, 힘들어도 애쓸 가치가 있는 일을 가려서 하게 하면 백성은 원망을 하지 않는다. 의욕과 탐욕을 구분하고, 의연함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교만으로 비치지 않게 한다. 시도때도 없이 격노하는 사나움으로 위엄을 지켜려해서는 안된다. 이 다섯가지가 정당히 행해질 때 그 정치는 바른 것이요 아름답다는 말이다. 

자장이 그러면 사악(四惡)은 뭐냐고 묻자,‘不戒視成謂之暴 慢令致期謂之賊 猶之與人也 出納之吝謂之有司(불계시성위지포 만령치기위지적 유지여인야 출납지린위지유사)’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 잘못했다고 죽이는 것은 학대, 결과만으로 성공을 보려는 것은 포악, 명령은 태만히 하고 기일만 재촉하는 것은 해치는 것, 사람들에게 고르게 나눠주지 않고 오히려 출납을 인색하게 하는 것은 옹졸한 벼슬아치'라는 뜻이다. 

아랫사람들이 잘못하기만 기다린다거나, 방심하게 해놓고 원칙만을 들이대거나, 중간점검 없이 바로 결과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집행해야할 예산을 차일피일 미루며 애먹이다 주는 것이 반복되면 원망만 쌓이게 된다. 이 네 가지를 가볍게 여긴다면 그 정치는 엉망이 될 것이다. 

공자가 정치에 대해 적잖은 말을 했지만, 결국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서, 먼 곳의 사람들까지 곁에 오게 하는 것'(近者說 遠者來 근자열 원자래, 자로편)이란 점과 '정치란 바로잡는 것'(政者正也 정자정야, 안연편)이란 점을 역설하고자 했으리라. 이런 정치를 편다면 위정자를 포함한 온나라 국민이 평안해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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