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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1) 일수사견(一水四見) 불안돈목(佛眼豚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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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09-09 11:28 조회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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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사물도 보는 주체에 따라 달라 보이는 이치
- 부처 눈에는 다 부처로, 돼지 눈에는 모두 돼지로 보여
- 眞僞視次(진위시차), 참과 거짓도 마찬가지…편견•편향 위험성 경계해야
덕수궁의 옥잠화(윗사진)와 허재(虛齋) 윤판기의 작품 ‘一水四見(일수사견)’. 옥잠화가 보는 사람에 따라 '옥비녀', 머리를 긁는 '소두화', 새생명의 출산을 돕는 '최생화', '흰 두루미', '다듬이 방망이' 등으로 다양하게 보이듯 ‘일수사견’은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주체에 따라 달라보인다는 말로, 당나라 승려 현장의 ‘유식학’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이다. (사진=이형로/ 인터넷 캡쳐)

초여름에 피기 시작한 원추리는 올여름 역대 최고의 무더위가 오기 전에 그나마 제 할일을 무사히 마치고 내년을 기약했다. 하지만 비비추는 피기 시작할 때부터 찜통더위에 때깔도 시원찮더니 결국 처량하게 지고 말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늦더위 속에 그나마 우리를 반기며 피는 꽃이 있다. 바로 옥잠화(玉簪花)다. 

비비추는 우리나라 토종인데 반해 옥잠화는 중국이 원산지다. 옥잠화는 꽃봉오리가 여인들이 쪽진머리에 꽂는 비녀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활짝 피면 흰두루미를 닮았다하여 백학선(白鶴仙)이라고도 불린다. 

옥잠화가 피어 있는 곳을 지나노라면 그 향기에 취하게 된다. 향기는 아카시아꽃보다 달콤한데 벌•나비는 보이지 않는다. 옥잠화는 나팔처럼 길게 뻗어 그들이 올 수없는 구조일뿐더러 향기는 일품이지만 꿀이 없어 벌•나비가 오지 않는 것이다. 또한 밤에 활짝 피니 벌•나비가 오기도 힘들다. 옥잠화는 초가을 아침저녁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수정을 하는 풍매화(風媒花)다. 

원산지 중국에는 옛부터 옥잠화 전설이 많이 전해온다. 어느날 서왕모는 각국의 신선들을 초청해 곤륜산의 아름다운 연못인 요지(瑤池)에서 연회를 열었다. 이때 평소 아껴두었던 신선주인 유하선주(流霞仙酒)를 몇 통 내놓았다. 

거나하게 취한 서왕모는 화장실에서 머리 매무새를 가다듬다 실수로 비녀를 지상세계에 떨어뜨렸다. 비녀는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떨어졌다. 한참을 기다려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자 비녀는 꽂이 되었다. 꽃봉오리는 서왕모의 옥비녀와 같은 모습이며 향기는 선녀의 체취와 같은 꽃이었다. 

후에 송나라 정치가이자 시인인 왕안석(王安石, 1021~1086년)은 이 전설을 모티프로 '옥잠(玉簪)'이란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瑤池仙子宴流霞(요지선자연류하, 요지의 서왕모는 잔칫상에 귀한 신선주를 내놓고) 
醉裏遺簪幻作花(취리유잠환작화, 취중에 비녀를 지상에 떨어뜨리니 옥잠화가 되었네) 
萬斛沈香山麝馥(만곡침향산사복, 침향 같기도 사향 같기도 한 향기는) 
隨風吹落到君家(수풍취락도군가, 바람 타고 인간세상에 널리 퍼졌다네) 

상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은 여우요정이란 별명의 달기(妲己)에 푹 빠졌다. 달기는 어려서부터 흰꽃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옥잠화를 가장 좋아했다. 그녀가 잉태해 출산일이 되어도 진통만 심할뿐, 아이는 좀처럼 나올 생각이 없었다. 어의는 온갖 방법을 다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달기는 이러다 애도 낳지 못하고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궁녀에게 옥잠화를 꺾어오라 했다. 고별인사를 할 생각이었다. 궁녀가 꽃밭에 가보니 옥잠화는 아직 활짝 피지않았다. 옥잠화는 오후 서너시에 피기 시작해 한밤중에 활짝 피기 때문이었다. 

달기는 옥잠화 꽃봉오리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옥처럼 하얀 꽃이여, 너와 평생을 함께 하려 했으나 그럴 수없게 되었구나. 오늘 나는 죽을거 같으니 너와도 마지막이로구나". 달기의 눈물 한 방울이 꽃봉오리에 떨어지자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옥잠화가 활짝 피었다. 그러자 청량한 향기가 방안 가득했다. 

곧이어 갓난아이의 첫울음이 궁안에 울려 퍼졌다. 달기는 옥잠화 향기 덕분에 무사히 출산했던 것이다. 이 소문이 퍼지자 난산으로 고통받는 임산부들도 옥잠화 향기를 맡고 순산을 하게되었다. 그후 옥잠화는 출산을 돕는 꽃이라는 의미의 '최생초(催生草)'란 별명을 얻게되었다. 

佛眼豚目(불안돈목)은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인다는 말이며, 眞僞視次(진위시차)는 참과 거짓도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모두 편견과 편향성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말이다. (사진=이형로) 

한나라 무제가 총애하는 이씨 부인도 옥잠화를 무척 좋아했다. 한무제는 그녀를 위해 전국 각지의 옥잠화를 모아 그녀의 처소 앞에 넓은 옥잠화 꽃밭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꽃밭을 거닐다 머리가 가려우면 꽃봉오리를 꺾어 머리를 긁곤 하였다. 이때부터 옥잠화는 머리를 긁는데 쓰는 꽃이란 뜻으로 '소두화(搔頭花)'란 이름이 붙었다. 

이 소문이 궁 밖으로 퍼지자 전국의 부녀자들도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당나라의 모란 열풍과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옥잠화도 한때 품귀현상이 일었다. 이때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로 옥잠화를 팔아 용돈을 두둑히 챙겼다는 믿지못할 전설도 함께 전해진다. 

조선 전기의 신숙주(申叔舟, 1417~1475)도 '欲識玉簪眞面目 請君看取未開時(욕식옥잠진면목 청군간취미개시, 옥잠화의 진면모를 보고자 한다면 피기 전의 봉오리를 보라'고 하며 옥잠화의 진모습을 옥비녀로 보았다. 그 후 이병기, 윤정구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인들도 옥잠화를 옥비녀에 비유했다. 

그러나 정석봉 시인은 '뒤뜰에 맺히는 한 송이 방망이/ 하얀 기억이 솟아오른다 뭉게뭉게/ 구름 피는 날, 두들기던 빨래/ 시어머니의 구박에 구겨졌던 홑청이...'라며 옥잠화를 옥비녀가 아니라 다듬이 방망이로 보고있다. 다듬이질과 방망이가 어머니의 시집살이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같은 꽃인데 어떤이에게는 '옥비녀'로 보이고, 어떤이는 머리를 긁는 '소두화', 어떤이는 새생명의 출산을 돕는 '최생화', 어떤이는 '흰 두루미', 어떤이는 '다듬이 방망이'로 본다. 

불교에 같은 사물도 보는 주체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가르침이 있다. '한 가지의 물을 네 가지로 본다'는 '일수사견(一水四見)'이란 성어로 당나라 현장(玄裝, 602~664)이 번역한 유식학(唯識學)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유래했다.  

天見是寶嚴池(천견시보엄지, 천상에서 보면 보배로운 연못으로 보이고) 
人見是水(인견시수, 사람들이 보면 그냥 마시는 물로 보이나) 
魚見是住處(어견시주처, 물고기가 보면 사는 곳으로 보이고) 
餓鬼見是膿血(아귀견시농혈, 아귀가 보면 피고름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상은 하나지만 시각에 따라 인식하는 바는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참(眞)과 거짓(僞)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을 보는 관점과 시각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다(眞僞視次 진위시차).' 

모든 것은 오직 마음에 달려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나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인다는 '불안돈목(佛眼豚目)'이란 말이 연상된다. 이 모두 편견과 편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의 말이기도 하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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