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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7) 노요지력(路遙知力) 급난지붕(急難之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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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2-02 11:49 조회 1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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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회 계절…친구 등 여러사람 만나는 시기
- 益者三友(익자삼우), (損者三友 손자삼우)
- 오래 사귀어야 사람 됨됨이 알 수있어…급하고 어려울때 힘 돼주는게 진짜 친구
路遙知力(노요지력)은 ‘오래 사귀어야 그 사람 됨됨이를 알 수있다’는 뜻이며, 급난지붕(急難之朋)은 ‘급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뜻이다. 학창시절 친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을 만나는 송년회의 계절에 생각날 법한 성어들이 아닐까 싶다. (사진=이형로/ 청곡 박일규 작품)

올해로 고3 친구들을 만난지 만 50년이 되는 해다. 60명 급우 가운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먼길을 먼저 떠난 친구 몇명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지난달초 홍콩•마카오 여행이 계획됐다. 필자도 가기로 했으나 갑작스런 사정으로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친구들 여행길에는 우리반 반장이었으며 전 홍콩한인회 회장으로 지금도 여전히 아시아 및 전세계한인회장단 모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친구의 정성어린 환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출발일 오전 일찍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라는 글귀를 단톡방에 띄우며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을 기다렸다. 

필자가 중학교 한문 시간에 처음 배운 구절이 바로 친구가 띄운 글이다. 공자는 논어 첫머리에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첫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둘째,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셋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라고 했다. 

군자의 행복은 부귀와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다. 늘 새로운 지식으로 자신을 가꾸며,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비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이가 군자다. 그러한 군자라면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맹자도 진심장구(盡心章句)에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君子三樂 군자삼락)'에 대해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부모가 모두 생존에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위로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득천하영재이교육지 삼락야,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라고 했다.

첫 번째는 하늘이 내게 내려준 즐거움이요, 두 번째는 살아가며 부단한 성찰로 얻는 즐거움이요, 세 번째는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다른 이에게 베푸는 즐거움이다. 맹자는 아예 "王天下不與存焉(왕천하불여존언, 천하의 왕 노릇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전제하고, 권력과 명예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즐거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홍콩의 친구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친구들을 보내며 "먼 길을 가봐야 그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흘러야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라는 말도 띄웠다. 송나라 진원정(陳元靚)의 사림광기(事林廣記), 삼국지, 명심보감 등에도 인용된 중국 속담으로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이 원문이다. 여기에서 '오래 사귀어야 그 사람 됨됨이를 알 수있다'라는 뜻의 '路遙知力(노요지력)'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이번 여행에서 50년 묵은 우리 친구들의 참모습을 보았다는 뜻이리라. 

장자는 산목편(山木篇)에서 군자의 사귐과 소인의 사귐을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과 같이 달콤하다(君子之交 淡如水 小人之交 甘若醴 군자지교 담여수 소인지교 감약례)." 덕이 있는 친구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 담백한 물과 같이 변함이 없다. 그러나 소인은 이익이 있을 때는 꿀처럼 달게 달라붙지만, 별 볼일 없다고 느낄 땐 서슴없이 돌아서 버린다는 뜻이다. 

益者三友(익자삼우)와 損者三友(손자삼우)는 공자 계씨편에 나오는 말로, 유익한 벗과 해로운 벗에 각각 세 부류가 있다는 뜻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篇)에서도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라 했다. 술이나 음식을 먹을 때는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친구는 많으나, 막상 위급하고 어려울 때는 고통을 대신해줄 친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만큼 친구 사귐이 어렵다는 것이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급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뜻의 '급난지붕(急難之朋)'과 '술과 밥을 먹을 때는 형제와 같다'는 뜻의 '주식형제(酒食兄弟)'라는 성어가 유래한다. 

공자는 계씨편(季氏篇)에서 '유익한 벗에 세 부류(益者三友 익자삼우)'가 있고 '해로운 벗에도 세 부류(損者三友 손자삼우)'가 있다고 했다. ‘정직한 사람(友直 우직), 독실한 사람(友諒 우량), 박식한 사람(友多聞 우다문)을 벗하면 유익하다. 그러나 편벽한 사람(友便辟 우편벽), 내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友善柔 우선유), 말만 그럴듯하게 잘 하는 사람(友便佞 우편녕)을 벗하면 해롭다’는 내용이다. 

얼마전에 연못가 단풍 사진을 몇장 찍고 함녕전에 가니 필자 나이쯤 되는 한 무리의 남녀 관람객이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 가운데 한 남자가 함녕전이 무슨 건물이냐고 묻는다. 고종 임금의 침전이었다고 간단히 설명해주자, 그 옆의 덕홍전은 무슨 건물이냐며 이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다. 내친김에 건물의 연혁이며 1904년 경운궁 대화재사건 그리고 석어당으로 안내해서 인목대비의 유폐 생활, 인조반정 등을 설명해 주었다. 

재미있게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역시 문화해설사라 다르긴 다르네요"라는 말에 나는 해설사가 아니라 궁지기라 하자, 옆에 있던 사내가 "당구풍월(堂狗風月)?"이라는 것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뜻이렸다. 

그런 진상들을 어디 한두번 겪어봤나. 그 사내에게 당구풍월이 아니라 '궁구풍월(宮狗風月)'이라 점잖게 대꾸해줬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설명을 더 해주려는 마음이 싹 가셔 바쁘다는 핑계로 그들과 헤어지고 나니, 공자의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위령공(衛靈公)편의 "군자는 자신의 무능함을 걱정하고,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군자병무능언 불병인지불기지야)"라는 말로 자위하였지만, 역시 필자는 군자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나 보다. 

이번 여행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반장은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이렇게 한 마디 덧붙였다.  "오늘 먼데서 온 벗을 보내고 돌아서니 가슴이 짠하고 멍하네!",

때는 바야흐로 송년회의 계절.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 갖게되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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