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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8) 부언시용(婦言是用) 사면초가(四面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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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2-23 12:04 조회 8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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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나라 마지막 주왕과 애첩 달기
- 줏대없이 여자의 말 무조건 들어준 임금…사방막혀 고립된채 운명 맞아
牝鷄之晨(빈계지신)은 암탉이 새벽에 먼저 운다는 말로 부인이 남편을 제쳐놓고 집안일을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婦言是用(부언시용)은 줏대없이 여자의 말을 잘 듣는다는 의미로 빈계지신과 같은 맥락이다. 을사년 세밑,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초래된 을씨년스런 세태에 떠올려지는 사자성어다. (사진=이형로/ 인터넷캡쳐)

갑진년 세밑, 12•3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로 촉발된 을씨년스런 세태가 문득 중국 역사상의 인물인 두 사내와 두여인을 떠오르게 만든다. 다름아닌 상(商)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과 애첩 달기(妲己),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와 연인 우희(虞姬)다. 

고대 중국 희대의 폭군인 주왕은 초기에는 군사를 잘 이끌어 수많은 원정에서 승리했다. 동이(東夷)의 유소씨(有蘇氏)를 정벌하면서 그의 딸 달기를 전리품으로 받았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주왕은 달기에 푹 빠져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모두 들어주었다. 주왕은 그녀의 요청으로 악사에게 음탕한 노래를 만들게해 비속한 춤과 노래를 즐겼다. 백성에게 과중한 세금을 거둬들여 녹대(鹿臺)를 짓고 사방에서 수집한 진기한 물건으로 가득 채웠다. 또한 '연못에 술을 가득채우고 나뭇가지에 고기를 매달아'(酒池肉林 주지육림) 많게는 3000여명의 사람들과 발가벗고서로 쫓고 쫓기는 유희를 즐겼다. 

주왕과 달기의 이런 작태는 백성의 원망을 샀으며 일부 제후들은 상왕조를 배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왕은 더욱 혹독한 형벌인 '포락지형(炮烙之刑)'을 만들었다. 구리 기둥에 기름을바르고 그 아래에 숯불을 피워 구리 기둥 위로 걸어가게 하는 형벌이다. 달기는 죄인이 뜨거운 구리 기둥을 걷거나 불속으로 떨어지며 내지르는 비명과 타 죽으며 고통에 겨워하는 소리를 즐겼다. 

또한 서백후(西伯侯) 희창(姬昌)의 장남이 상왕조에 인질로 있다가 죽음을 당하자 그 시신을 국으로 만들어 희창에게 먹이기까지 하였다. 이에 숙부(叔父)이자 충신인 비간(比干)이 간(諫)하자 심장을 갈라 죽였으며, 희창까지 불러들여 유폐시켰다. 

주왕의 음탕함과 잔악무도는 많은 사람들의 반항을 불러왔다. 마침내 후에 주나라 무왕(武王, ?~기원전 1043)이 되는 희창의 둘째 아들 희발(姬發)은 기원전 1046년 제후들과 연합해 목야(牧野)에서 상왕조의 군대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출전에 앞서 무왕은 천하의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주왕의 죄상을 폭로하고 천명을 받들어 벌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 명분을 세우고 군사들을 독려한다. 일종의 독전(督戰) 연설로 서경(書經) 주서(周書)의 목서편(牧誓篇)과 사마천의 사기 주본기(周本紀)에도 실려있다.  

‘王曰 古人有言 牝鷄無晨 牝鷄之晨 惟家之索 今商王受 惟婦言是用, 왕왈 고인유언 반계무신 빈계지신 유가지삭 금상왕수 유부언시용)’, ‘무왕이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으며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 지금 상나라의 왕 수(受)는 오직 달기의 말만 옳다고 인정하고 잘 들어주었다’는 뜻이다.  

빈계(牝鷄), 즉 암탉은 달기를 가리킨다. 어리석은 주왕을 자기 맘먹은 대로 다루며 악행을 일삼은 요녀(妖女)를 암탉으로 비유해 상나라가 혼란스러워진 여러 원인 가운데 첫째 원인으로 꼽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빈계지신'(牝鷄之晨, 암탉이 새벽에 먼저 운다) 또는 '빈계사신'(牝鷄司晨, 암탉이 새벽에 우는 일을 맡는다)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우리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과 그 속뜻은 같다. 또한 '줏대없이 여자의 말을 잘 듣는다'는 뜻의 '부언시용(婦言是用)'이란 성어도 유래한다. 

결국 무왕의 연합군에 패한 ‘주왕은 궁으로 되돌아가 녹대(鹿臺) 위에 올라 주옥으로 장식된 옷을 걸치고 스스로 분신해 죽었다(紂走反入 登于鹿臺之上 蒙衣其珠玉 自燔于火而死, 주주반입 등우녹대지상 몽의기주옥 자번우화이사)’. 달기는 무왕의 군사에 사로잡혀 주왕과 마찬가지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사진=이형로/ 인터넷캡쳐)

항우는 데뷔전인 거록대전(巨鹿大戰)에서 승리한 후 승승장구, 자신이 섬기던 초나라 의제(義帝)를 암살하고 마침내 서초패왕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전투 중 적군은 물론 주민까지 잔인하게 학살해 민심을 잃게 된다. 해하(垓下)에서 한(漢) 고조 유방에게 사면초가(四面楚歌)되자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깨닫는다. 

사방에서 초가(楚歌)가 들려오자 항우는 술을 빌어 불안감을 달래다 언뜻 그의 애마인 오추마(烏騅馬)의 긴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항우는 검무(劍舞)로 흥을 돋우는 우희를 바라보다 감정이 북받쳐 해하가(垓下歌)를 불렀다. 

力拔山兮氣蓋世(역발산혜기개세,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時不利兮騶不逝(시불리혜추불서, 때가 불리해 오추마는 나아가지 않는구나) 
騶不逝兮可奈何(추불서혜가내하, 오추마가 달리지 않으니 이를 어찌 할까)  
虞兮虞兮奈若何(우혜우혜내약하, 우희야 우희야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일세의 영웅 항우는 마지막까지 여전히 웅장한 기세와 호방함을 잃지 않았다. 우희도 검무를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휘하의 장병들은 항우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밤이 깊어지자 처량한 초가는 더욱 구슬피게 계속 울려퍼졌다. 

우희는 항우에게 좌절하지 말고 강동으로 퇴군해 꼭 권토중래(捲土重來)하라며 단검을 빼들어 자신의 목을 그었다. 내생에서도 당신을 모시겠다는 말을 남기고. 

우희의 유언을 따라 항우는 그녀의 시신을 안고 탈출하다 오강(烏江)에 이르자 그곳 정장(亭長)이 갈대밭에 숨긴 배를 내주며 건너라 했다. 이때 항우를 추격한 유방의 장수 여마동(呂馬董)이 보이자, 옛 전우가 아닌가라며 유방에게 자기 머리를 바치면 상을 줄거라며 스스로 머리를 베어 그에게 선물로 주고 파란만장한 생을 마쳤다. 

서초패왕 항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방은 천하를 차지하게돼 기뻤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텅 빈듯 허전했다. 유방은 노공(魯公)의 예로 항우의 장례를 치르고 그의 무덤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이렷다. 

닭의 습성상 암탉이 새벽에 훼를 치며 우두머리 수탉의 역할을 한다면 그 무리에는 수탉이 이미 화를 당했거나, 우두머리 수탉이 제 구실을 못해 망해가는 무리일 것이다. 그러니 암탉이 새벽에 울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망할 때가 되어 망하는 것이다. 

'새벽에 우는 암탉'은 천하의 요부(妖婦)이자 독부(毒婦)인 달기에 비유한 것이지만,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준 주왕이 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꼰 말이기도 하다. 

주왕이나 항우나 자기 여자를 지켜주지 못한 것은 같으나, 주왕은 자기가 죽으면 달기가 어떻게 될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책임회피하느라 저 먼저 죽었다. 그러나 항우의 여인인 우희는 혹 자신이 항우의 짐이 될까 그에게 격려까지 해주며 먼저 생을 마쳤다. 그들은 각각 사랑하던 여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생을 달리했지만 그 죽음의 의미는 자못 다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9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10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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