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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9) 도량발호(跳梁跋扈) 관국지광(觀國之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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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5-01-06 11:30 조회 9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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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멋대로 날뛰며 남용한 권력’, 온 사회 혼란에 빠뜨려
- ‘나라의 성덕과 광휘 볼 수있는’ 을사년(푸른 뱀의 해) 되길 기대
장지훈의 ‘跳梁跋扈(도량발호)’ 작품. 안그래도 다사다난했던 갑진년, 제멋대로 날뛰며 남용한 권력이 세밑에 온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에는 나라의 성덕과 광휘를 볼 수 있는 관국지광(觀國之光)의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이형로)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이 지나고 어느덧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乙巳年)이 밝았다. 매년 그랬듯 작년 세밑에도 전국 대학교수들은 갑진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라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했다. 

선정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과 친인척 보호, 정부•기관장의 권력남용, 검찰독재, 굴욕적인 외교,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 역술인 등 사인(私人)에 의한 나라의 분열 등을 꼽았다. 놀랍게도 이 사자성어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12월2일에 설문을 돌렸지만 공교롭게도 앞날을 예측한듯이 그때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 

도량발호라는 말은 조선의 문인인 서거정이 1447년에 쓴 '오원자부'(烏圓子賦, 고양이의 노래)라는 작품에서 쥐가 '요리 뛰고 저리 날친다'라는 뜻으로 쓴 성어다. 원래는 단일 성어가 아니라 각각 쓰이던  두 단어 '도량'과 '발호'를 합친 말이다. 

도량(跳梁)이란 말은 한서(漢書)와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편 등에서 두루 쓰였다. 장자와 혜시의 대화에서 '도량소축'(跳梁小丑)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도량은 '난붕난도'(難蹦難跳)라는 말로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닌다'란 의미다. 소축은 '별 볼일 없는 악인'을 뜻한다. 즉 '제멋에 겨워 날뛰지만 결국 대인(大人)이 되지 못하는 소인'을 비유한 말이다. 

발호(跋扈)는 후한서 양통열전(梁統列傳)에 나오는 말로, 총명한 8살짜리 황제 질제(質帝)가 간신이자 권신인 양기(梁冀)를 '발호장군'(跋扈將軍)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 발(跋)은 사납게 굴다라는 뜻이고, 호(扈)는 통발이란 뜻이다. 발호는 통발에 갇힌 물고기가 사납게 날뛰는 것과 같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후 권력을 남용해 전횡을 일삼는 사람을 비판•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효봉(曉峰) 여태명의 작품,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뱀이 역동하는 모양으로 '2025'를 그렸다. 뱀은 보기에 기분 나쁜 동물이지만 허물을 벗는 특성 때문에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며 통찰력•직관력을 가진 동물로 여겨졌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을사년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을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인터넷 캡쳐)

2025년 을사년 올해는 덕수궁 중명전에서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된 지 120년이 되는 해다. 을사년인 1905년 11월17일 이른바 을사오적(乙巳五賊)인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외부대신 박제순,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등이 고종이 부재한 자리에서 일제와 야합한다. 

이에앞서 그해 5월27일 미국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카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보호권을 인정한다. 그리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러•일 간에 '포츠머드 조약'이 체결된다. 주요 내용은 '러시아제국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관리감독• 보호조치를 할 수 있음을 승인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11월17일 일제는 을사늑약을 강요, 우리나라 외교권을 빼앗고 내정간섭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당시 정동길처럼 몹시 '을사년스러운',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날이었다.(2021년 12월6일자 칼럼 57회 참조) 

천간의 두번째인 '을(乙)’은 오행(五行)에서 푸른색을 상징하니 을사는 '푸른 뱀'이 된다. 뱀 자체도 기분 나쁜 동물인데 거기에 더해 푸른 뱀은 더욱 징그럽고 섬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석하기 나름이다. 을은 푸른색뿐만 아니라 나무(木)를 상징하니, 끝없는 생명력과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화와 전설은 물론 민담에도 많이 등장하는 뱀은 그 상징도 다양하다. 뱀은 다리가 없이 배로 기어다니며 땅 밑의 굴속에 들어가 살기 때문에 땅과 관계가 깊은 동물이다. 우리와 같은 농경문화권에서는 지신(地神)으로 생각되어 풍요를 상징했다. 

우리는 예로부터 부자가 되는 것을 '업이 들어온다'라 하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업이 나간다'고 했다. 뱀은 집안의 재물을 지키는 업신(業神)으로 모셔졌다. 또한 허물을 벗는 특성 때문에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며 통찰력•직관력을 가진 동물로 여겼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올해 을사년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을 하는 한 해가 될것이다. 

작가 김성한(金聲翰, 1919~2010)은 임진왜란 전후의 조선과 일본을 배경으로 쓴 소설 '7년전쟁'의 첫 머리에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萬斬)으로도 부족한 역사의 범죄자다'라고 썼다. 극언으로 비칠 수있지만, 태조가 조선을 세운 후 200여년간 태평성대로 전쟁에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왜군의 말발굽에 천하가 유린됐으니 선조(宣祖)는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제대로 민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제 살기에 바쁜 통치자야말로 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자다. 좋은 위정자를 만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최악의 위정자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세계 10위권 경제와 ‘K-컬처’로 대표되는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그런 나라에 ‘친위쿠데타’ 성격의 비상계엄이 (성공) 가능하다고 생각한 대통령이 있었다는게 한심함을 넘어 참담하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 그 권력을 회수하기 전에, 우리사회의 많은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먼저 깨어나야 한다. 

제야의 종소리가 끝나자마자 올해 우리나라 국운이 궁금해 괘를 뽑아봤더니 관괘가 나왔다. 주역의 20번째 괘인 관괘(觀卦, ☴ ☷)는 땅(地) 위에 바람(風)이 불어 대지(百姓)를 살펴보는 괘다. 이 괘의 4번째 효사는 '觀國之光 利用賓于王(관국지광 이용빈우왕)'으로, 직역하면 '나라가 빛남을 보면 왕에게 손님 대접을 받게되니 이로울 것이다'가 된다. 즉 '관국지광'(觀國之光)이란 '나라의 정치를 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터득한다'라는 의미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관광(觀光)'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풍습•문물 등을 구경한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관광이란 말에는 '나라의 성덕(盛德)과 광휘(光輝)를 본다'는 뜻이 숨어있다. 올해는 나라가 안정되어 국민들이 전처럼 여유롭게 국내외 여행을 다닐 수있고, 외국인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러 많이 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중국 속담에 '福無雙至 禍不單行'(복무쌍지 화불단행, 복은 거듭 오지않고 화는 홀로 다니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많은 화를 당했기 때문에 앞으론 복이 거듭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금 늦었지만, 이런 희망을 담아 독자 여러분께 을사년 새해에도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9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10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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