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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30) 면후심흑(面厚心黑) 면박심백(面薄心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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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5-01-20 12:52 조회 8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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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면피 뻔뻔함, 세상구제하는데 쓰이는 ‘구국후흑’ 돼야
- 낯가죽 얇고, 속마음도 하얘 의중 쉽게 드러나는 ‘박백’
- 조기대선 가능성 커지는 상황…‘대외관계 후흑, 국민엔 박백’ 지도자 기대
‘면후심흑'(面厚心黑)은 낯가죽 두꺼워 뻔뻔하고 속이 검어 음흉하다는 뜻으로 여기서 ’후흑학‘이라는 책이 나왔고, 박백은 낯가죽이 얇고 속마음 또한 하얘서 감정변화를 남들에게 쉽게 들키고 만다는 뜻의 ‘면박심백'(面薄心白)’을 줄인 말로 후흑의 반대말이다. 청나라말 사회개혁가 이종오는 후흑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뛰어넘어 세상을 구제하는 일에 쓰이는 구국후흑(救國厚黑)이어야 난세의 통치학이 될 수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인터넷 캡쳐)

밖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안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구속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1983년 유학갔을 때 대만은 수십년간 계엄이 지속되고 있던 국민당 일당 독재국가였다. 정부를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책은 금서가 되어 시중서점에서는 찾아볼 수없지만, 길거리에서는 복사본으로 팔리고 있었다. 어느날 대만대학 앞길에서 복사본을 뒤적이다 말로만 듣던 '후흑학'(厚黑學)이란 책을 샀다. 

수업을 좇아가느라 정신없어 책꽂이 구석에 꽂아놨다가 방학때나 뒤적여보곤 했는데, 필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정통만을 추구한 순수(?) 학구파라 그랬는지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다. 그러다 요즘 세월이 하수상해 다시 들쳐보게 되었다. 
  
'후흑'(厚黑)이란 말은 청나라말 중국의 사회개혁가 이종오(李宗吾,1879~1944)가 1911년 사천성 성도의 공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발표직후 세간의 반향을 일으켜, 1917년 '후흑학'(厚黑學, Thick Black Theory)이라는 책제목으로 발행되었다. 

후흑이란 '면후심흑'(面厚心黑)을 줄인 말이다. '면후'는 현대 중국어로 '호우리엔피'(厚脸皮) 즉 낯가죽 두꺼운 철면피를 뜻하며 '뻔뻔함'을, '심흑'은 속이 시커멓다는 '음흉함'을 뜻한다. 후흑과 반대되는 말은 '면박심백'(面薄心白)을 줄인 '박백'(薄白)으로, 낯가죽이 얇아 감정 변화가 금방 드러나고 속마음 또한 하얘서 남들에게 쉽게 들키고 만다는 뜻이다. 

이종오의 후흑학은 당나라 조유(趙蕤, 생몰미상)의 장단경(長短經)과 명말 이탁오(李卓吾, 1527~1602)의 분서(焚書)와 더불어 중국 3대 기서(奇書)에 속한다. 이들 기서는 모두 전통적 통치이념인 왕도(王道) 대신 패도(覇道)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역사적인 인물을 재평가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종오는 글을 배워 책을 읽기 시작한 후 영웅호걸이 되고자, 사서오경•제자백가와 24사(史)를 통해 그 요체를 얻으려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역사의 흥망성쇠와 사가(史家)의 논단(論斷)이 완전히 상반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마침내 옛사람들의 성공비결은 '면후'와 '심흑'에 있다고 깨달아 후흑학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 유방과 항우, 장량과 한신, 조조와 유비, 손권과 사마의, 장개석과 모택동 등 와신상담(臥薪嘗膽)부터 신중국의 개막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의 영웅호걸들을 다루었다. 

이종오는 후흑을 크게 3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는 '厚如城墻 黑如煤炭'(후여성장 흑여매탄)으로 '낯가죽이 성벽만큼 두껍고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시커먼 상태'를 말한다. 이 단계는 초보적인 수준으로 자칫 상대에게 의중을 읽히기 쉽다. 

2단계는 '厚而硬 黑而亮'(후이경 흑이량)으로 '낯가죽이 두꺼우면서도 딱딱하고 속마음이 검으면서도 맑은 상태'로 어떠한 공격이나 욕을 먹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경지다. 이는 중간수준단계로 월왕 구천, 유비와 조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정도만 돼도 많은 사람을 모을 수있다. 

유비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마다 상대를 붙잡고 대성통곡해 자신의 뜻을 관철했으니 이는 면후, 즉 뻔뻔함에 해당된다. 반면에 조조는 '내가 남을 버릴지언정, 남들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겠다'(寧敎我負天下人 休敎天下人負我, 영교아부천하인 휴교천하인부아)고 했으니 이는 심흑, 곧 음흉함에 해당된다. 이처럼 면후나 심흑 가운데 하나만 제대로 지녀도 그들처럼 영웅호걸이 될 수있다. 

 ‘婦人之仁(부인지인), 匹夫之勇(필부지용)은 한나라 장수 한신이 항우를 두고한 말로, 여자의 마음처럼 잔인하지 못하고 낯가죽이 두껍지못해  뻔뻔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반면 항우는 인(仁)의 끈을 놓지 못해 속이 시커멓지 못하고, 수모를 참지못해 자결까지 했으니 뻔뻔하지도 못했다. 그는 후세의 사가(史家)에게 비판받을까 두려워 홍문(鴻門)의 연회에서 유방을 죽이지도 못했다. 항우는 박백(薄白)의 대표적 인물이다. 

한신은 이런 항우를 두고 ‘婦人之仁(부인지인)•匹夫之勇(필부지용)’을 지닌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인지인은 불인(不仁)을 참지 못하는 것으로 마음속에 잔인하지 못한 면이 있음을 말하니, 이는 속마음이 시커멓지 못하고 불흑(不黑)해서 그런 것이다. 필부지용은 수모를 참지 못하는 것으로, 이는 낯가죽이 두껍지 못해 뻔뻔하지 못하고 불후(不厚)해서 그런 것이다. 

이에비해 유방은 항우가 자신의 아비를 삶아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오히려 그 국물 한 사발을 달라고까지 했다. 또한 한나라 개국 후에는 공신들을 하나둘 토사구팽시킨다. 그러고 보면 유방이야말로 후흑의 대표적 인물이다. 

마지막 제3단계는 '厚而無形 黑而無色'(후이무형 흑이무색)으로 '낯가죽이 두꺼우면서도 형체가 없고, 속마음이 시커먼데도 보기에 따라서는 무색으로 보이는 궁극적인 경지'를 말한다. 이 경지에 이르면 하늘도 후세인들도 그 인물을 후흑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불후불흑'(不厚不黑)한 인물로 여기게 된다. 

뻔뻔하고 음흉하다 못해 오히려 순진하고 정의로운듯 보이게 하는 초극강의 무공(武功)이다. 물론 이는 누구나 쉽게 도달할 수있는 경지가 아니어서, 옛날의 대성현 중에서나 이러한 인물을 찾을 수있다. 

후흑학은 선(善)도 악(惡)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후흑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역적에게 사용되면 선이 되고, 일반국민에 사용되면 악이 된다. 따라서 후흑을 선하게 사용하면 선인이요, 악하게 사용하면 악인이 되는 것이다. 후흑은 개인적인 영달과 이익을 뛰어넘어 반드시 세상을 구제하는 일에 쓰여야 난세의 통치학이 될 수있다고 이종오는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궁극적으로 지양하는 '구국후흑(救國厚黑)'이다. 

예를 들면, 1980년대 등소평은 개방정책을 펴면서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鞱光養晦)를 기치로 비밀스럽게 실력을 쌓아 훗날을 준비했다. 그의 사후 중국 지도자는 '적을 만들지 말고 서서히 목소리를 내라'는 ‘화평굴기’(和平崛起), '내가 주가 되어 일을 도모하라'는 ‘주동작위(主動作爲)'를 지나, 이제는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돌돌핍인'(咄咄逼人)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도 이미 G2로 부상한 중국을 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다른 국가는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중국 외교가 소극•수세적에서 지금은 적극•공세적으로 바뀌었음은 자신감의 발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이종오의 후흑학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한 결과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또는 관계되는 열강이나 북한은 항상 후흑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펴고있다. 그러나 이 난세에 우리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후흑'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간이라도 빼줄듯 '박백'하기만 한 것 같아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더 두고봐야겠지만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커져 가는 상황이다. 국가간에는 후흑을, 국민들에게는 '박백'의 마음과 자세를 가진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한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9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10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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