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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33) 인두축명(人頭畜鳴) 이인위경(以人爲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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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5-03-10 11:08 조회 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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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머리를 하고 짐승 소리 내 듯
- 요즘 정치상황, 선악 분별 못하고 말만 해대는 사람들 가득
- 정치 지도자 ‘사람을 거울로 삼아’ 바른 말 하는 사람 중용해야

요즘 우리 사회의 어수선한 모습과 그 이유를 생각해보다 몇해 전에 교수신문에서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뽑은 '혼용무도(昏庸無道)'란 말이 떠올랐다.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합쳐 줄인 말이며, 무도(無道)는 논어 계씨편(季氏篇)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이 걸어야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야만의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혼용무도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덕분에 요즘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을 다시한번 뒤적여 보는 계기가 되었다. 1569년(선조2년) 율곡의 나이 34세가 되던 해, 17세의 어린 선조 임금에게 올린 왕도정치의 이상을 문답형식으로 서술한 글이다. 

율곡은 이 책의 '군도'(君道, 임금의 도리)편에서 무능한 지도자의 유형을 폭군(暴君), 혼군(昏君), 용군(庸君)으로 구분하고 있다. 폭군은 국민을 힘이나 권력으로 억누르며 사납고 악한 짓을 일삼는 군주, 즉 욕심이 지나쳐 미망에 빠져 백성의 힘을 다 빼앗아 충언(忠言)을 물리치고 스스로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자를 일컫는다. 

예컨대, 초기에 재능은 뛰어났으나 말희(妺喜)와 달기(妲己)의 유혹에 빠져 충신인 종고(終古)와 기자(箕子) 등의 충간(忠諫)을 듣지않고 폭정을 휘두른 하나라의 걸왕(桀王)과 상나라의 주왕(紂王)이 폭군의 대명사이다. 

혼군은 정치를 잘하려는 뜻은 있으나 똑똑치못해 어질고 총명한 자 대신 간사•무능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자들을 기용해 결국엔 망하는 군주다. 암군(暗君) 혹은 암주(暗主)라고도 한다. 

혼군은 진(秦)나라 이세(二世) 황제인 호해(胡亥, 기원전 229~기원전 207년)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진시황이 죽은 뒤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의 간계로 왕세자 부소를 몰아내고 제위에 올랐다. 이후 조고가 정권을 좌지우지해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라는 성어를 남긴 어리석은 황제였다. 

제위에 오르자 가혹한 세금과 부역으로 원성을 샀음에도 시황제가 짓다만 아방궁 공사를 밀어부쳤다. 진승(陳勝) 등의 농민반란이 일어나 혼란한 정국인데도 공사를 강행하자, 보다못한 좌승상 이사와 우승상 풍거질(馮去疾)이 나서 공사 중단을 간언했다. 

이에 호해는 천하의 주인으로 내 맘대로 하고 싶어 황제가 되었는데 자신을 가로막는다고 옥리에게 혹독하게 신문토록해 죽게 했다. 결국엔 조고와 같은 간신이 득세하여 본인은 중국 최초로 시해당하는 황제가 되며 진나라는 패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 진시황본기(秦始皇本記)에서, 만약 2세가 평범한 군주의 덕행으로 충직하고 현명한 시람을 임용해 신하와 군주가 한 마음으로 천하를 함께 경영했다면 혼군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 하며, ‘痛哉言乎 人頭畜鳴(통재언호 인두축명. 가슴이 아프다. 사람의 머리 하고 짐승처럼 우는 꼴이로구나)라고 혹평했다. 여기서 '사람의 머리를 하고 짐승의 소리를 낸다'는 뜻의 '인두축명(人頭畜鳴)'이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며. 그저 말만 해대는 꼴을 비유한 말이다. 

용군의 대표는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영제(靈帝, 156~189)를 꼽을 수 있다. 권력을 한몸에 지녔음에도 재물을 탐닉해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십상시(十常侍)의 손아귀에 놀아났다. 심지어 유력한 환관인 장양과 조충을 '나의 아버지 장상시, 나의 어머니 조상시'라 치켜세울 정도였다. 옥새가 어디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정무를 등한시한 그는 결국 옥새를 진짜로 분실하고 말았다. 

전한 말기의 유향(劉向, 기원전77~기원전6년)은 '충신과 간신을 각각 여섯 부류'(六正六邪)로 나누었다.(칼럼 84참조) 그는  충신 가운데 특히 여섯 번째인 직신(直臣)을 높게 평가했으며, 간신 가운데는 두번째인 유신(諛臣)을 가장 나쁜 신하라 했다. 

직신(直臣)이란 곧은 신하, 즉 군주에게 강직하게 바른말을 해서 잘못을 바로잡는 신하인 '직간지신'(直諫之臣)을 말한다. 남조 양나라 문학가 유협(劉勰, 465~521)이 지은 유자귀언(劉子貴言)의 ‘臨死者 謂無良醫之藥 將敗者 爲無直諫之臣’(임사자 위무양의지약 장패자 위무직간지신)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은 훌륭한 의사가 처방한 약이 없기 때문이며 나라가 패망지경에 이르는 것은 직간하는 신하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뜻이다. 

진짜 훌륭한 의사라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람을 병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마찬가지로 나라에 진정으로 충성하는 신하는 나라가 패망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신명을 다해  봉사할 것이다. 

유신(諛臣)이란 군주의 행위가 무조건 옳고 잘한다고 아첨만 일삼는 간신배를 말한다. 이들은 나라에 충성하는 신하가 아니고 군주에게 충성하는 신하로, 나라야 어찌 되든 자기가 섬기고 있는 군주에게 충성하면 자기 신분도 보장되고 지위도 올라간다고 믿는 아첨꾼이자 위선자다. 

진서(晉書) 사곤전(謝鯤傳)에는 '성호사서(城狐社鼠)'란 성어가 있다. '성곽에 숨어 사는 여우와 사직단에 숨은 쥐'라는 뜻이다. 원래는 군주 곁에 빌붙어 있는 간신은 제거하기 쉽지 않다는 뜻으로 쓰였다. 후에 음험함을 숨기고 몸을 안전한 곳에 두고서 나쁜 짓을 일삼아 결국엔 군주까지 욕되게 하는 간신배들을 뜻하게 되었다. 

당 태종은 평소에 세 개의 거울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첫째는 동경(銅鏡), 즉 청동 거울로 얼굴과 의관을 비춰보며 용모를 단정히 한다. 둘째는 사경(史鏡), 즉 역사의 거울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고 오늘의 교훈과 경계로 삼는다. 셋째는 인경(人鏡)으로, 사람을 거울로 삼아 나의 언행을 돌이켜 보고, 자신을 바르게 하려 노력한다." 

당 태종이 언급한 '세 개의 거울' 가운데 인경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직간을 서슴치 않았던 위징(魏徵, 580~643)이다. 그가 죽자 태종은 "세 개의 거울 가운데 하나인 위징이라는 거울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당 태종 때문에 서경(書經)의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는 뜻인 '이인위경(以人爲鏡)'이라는 성어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옛부터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는 성군(聖君)을 꼽는다. 인품도 어질고 도덕적인 흠결도 없으며 뛰어난 정치력까지 갖춘,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계에만 존재할 수 있는 군주다. 이를 제외하고 그나마 현실 세계에서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군주는 명군(明君)이다. 

명군은 도덕적으로 다소 흠이 있더라도 우선 사리에 밝아 모든 일 처리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정밀해야 한다. 내 편에 대한 참소(讒訴)나 친지에 대한 애닯은 하소연도 과감히 내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한쪽의 주장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내가 좋아하던 싫어하던 좋은 의견이라면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공(公)과 사(私)는 분명해야 한다. 이런면에서 명군은 혼군과 상반되는 군주다. 다음으로 인군(仁君)이 있다. 명군보다 정치력은 부족하지만 인자하여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는 군주다. 

율곡의 군주 분류법은 혼군과 용군의 경우 지도자의 무능을 강조하고, 폭군은 독선과 불통에 따른 폭정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모두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훌륭한 군주가 되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주위에 간신보다 뛰어난 신하가 많으면 폭군은 물론 적어도 혼군이나 용군은 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율곡이 환생한다면 요즘 정치 지도자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 여야 지도자 모두가 그 평가대상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9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10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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