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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19) 주위상계(走爲上計) 금선탈각(金蟬脫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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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08-12 12:22 조회 7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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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급할 때는 도망가는게 상책…‘삼십육계 줄행랑’
- 허물벗고 날아간 매미처럼, 그 자리 있는듯 위장해 철수후 훗날 도모
金蟬脫殼(금선탈각)은 매미가 껍질을 벗고 도망가다는 말로 주력부대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위장해 적군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 후일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금선은 매미의 허물이 황금빛이라서 유래된 표현이다.(사진=인터넷 캡쳐)

엊그제 우리 덕수궁 숲속에서 매미 허물 사진을 찍다가 나무줄기에서 힘차게 우는 매미를 발견했다. 살금살금 다가가 두어 컷 찍고 있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오줌을 찍 갈기더니 날아가 버렸다. 졸지에 얼굴에 매미 오줌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매미는 수액과 이슬만 먹고 사는 곤충이라 비록 오줌이라도 나쁜 냄새가 나지않는다. 어려서 방학숙제로 곤충채집할 때는 청신한 숲향기가 나더니 이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으니 후각이 무뎌졌나보다. 

매미가 달콤한 수액을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배가 빵빵해지도록 과음을 한다. 이때 갑자기 위험을 느껴 도망가야할 때 몸이 무거우면 빨리 날지를 못하니, 먹은 수액을 배출해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오줌까지 싸면서 도망갈 정도로 다급한건 아니지만, 땅속에서 나온 매미 약충(若蟲, nymph, 매미와 같은 불완전변태곤충의 유충)은 땅거미나 두더쥐와 같은 천적들의 눈을 피해 재빨리 껍질을 벗고 짝을 찾아야 한다.(2020년 8월10일 24회칼럼 참조) 이때 남긴 매미의 껍질을 선태(蟬蛻) 또는 선퇴(蟬退)라 하는데 갓 벗은 것은 황금빛이 난다. 

매미의 이런 습성을 본따 ‘삼십육계(三十六計)’의 21번째 '금선탈각(金蟬脫殼, 금매미가 껍질을 벗고 도망가다)'계가 탄생했다. 여기서 금선이란 진짜 금매미라 그런 것이 아니라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이 황금빛이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삼십육계란 병서는 진(秦)나라 함양 사람 양남가(楊南柯)의 저서라고 전해진다. 손자병법은 손무(孫武, 기원전 545년경~기원전 470년경)라는 작가와 그 저서가 지금까지 분명히 전해지는 반면, 삼십육계는 양남가 본인의 출신도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저서 또한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있다. 

지금의 삼십육계는 대략 5세기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명말 청초(17~18세기말)까지 수집해 현재의 내용으로 편집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손자병법과는 달리 내용이 정제되어있지 않을뿐아니라, 그 의미조차 모호하여 해석이 구구하다. 그래서인지 주역까지 빌어 그 권위를 높이고 있다. 

청곡(晴谷) 박일규(朴日奎)의 작품 ‘三十六計 走爲上計’(삼십육계 주위상계). 상황이 불리하고 위급할 때는 피하는 것이 삼십육계중 최상책이라는 말로 金蟬脫殼(금선탈각)과 같은 맥락의 의미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삼십육계란 말이 처음 등장한것은 5호16국 남조(南朝)때 송(宋)의 장수 단도제(檀道濟, ?~436년)의 기록에서다. 그후 혜홍(惠洪, 1071~1128)의 냉재야화(冷齋夜話)에서도 '三十六計 走爲上計'(삼십육계 주위상계)라는 표현이 보인다. 

여기서 走爲上計(주위상계, 위급할 때는 도망가는 것이 상책)란 말 또한 명말 청초까지 크게 유행했다.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내가 처한 상황이 불리할 때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어느 특정한 인물이나 특정한 시대가 아닌 다수에 의해 여러 시기를 거쳐 지금의 삼십육계란 책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있다. 그 근거론, 손자병법 군쟁편에서 이일대로(以逸待勞, 4계), 전국책 진책의 원교근공(遠交近攻, 24계), 두보의 시 전출새(前出塞)의 금적금왕(擒賊擒王, 18계), 삼국지연의의 미인계(32계)•고육계(34계)•연환계(連環計, 35계) 등을 빌어온 것을 들 수 있다. 

삼십육계는 크게 두 부분, 우군이 우세한 경우에 쓰는 계책으로 승전계(勝戰計)•적전계(敵戰計)•공전계(攻戰計), 우군이 열세일 때 사용하는 계책으로 혼전계(混戰計)•병전계(並戰計)•패전계(敗戰計)로 나뉘며, 각각의 계책은 다시 6가지로 나뉘어져 세부적으로 모두 36계가 된다. 

오늘의 주제인 금선탈각계는 우군이 불리할 때 쓰는 혼전계에 속하는 21번째 계책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存其形 完其勢(존기형 완기세) 
友不疑 敵不動(우불의 적부동) 
巽而止 蠱(손이지 고) 

우군의 (진지)형태는 그대로 두고, 전투태세를 온전하게 한다. 
우군조차 의심치 않으니, 적군은 움직이지 않으리라. 
(주역의) '손괘'는 머무름이니 이것은 '고괘'의 운용이다. 

우군은 평상시처럼 끝까지 전투자세를 견지한다. 우군조차 의심을 품지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면, 적들 또한 경거망동 못하리라. 금선탈각계는 손괘와 같다. 손괘는 바람을 상징하니 부드러움이요 이는 음세(陰勢)다. 그러므로 산 밑에서 바람이 멈추듯 겸손하게 따라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 이것이 고괘의 운용이다. 

고괘(蠱卦)는 밑에 손괘(巽卦 ☴)와 위에 간괘(艮卦 ☶)로 이루어진 주역의 18번째 괘다. 상괘인 간괘는 산을 상징하며 강함 즉 양세(陽勢)를 뜻한다. 반면 하괘인 손괘는 바람을 상징하며 부드러움 즉 음세(陰勢)를 의미한다. '손이지 고'라는 구절은 주역 고괘의 단사(彖辭)를 인용한말이다 

그러므로 고괘의 전체적인 모양새(象)는 '강상유하'(剛上柔下, 강함 즉 양세가 위에 부드러움 즉 음세가 아래에)로, 그 의미는 '高山沈靜 風行於山下 事可順當(고산침정 풍행어산하 사가순당/ 높은 산은 그대로 고요히 있으며, 바람은 산 밑에서 불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구나)라는 뜻이다. 즉 고괘는 '우리가 신중하게 행동하면 만사가 순조롭게 풀린다'는 의미다. 

금선탈각계는 결국 '우군은 암중에 주력부대를 이동하되, 아군의 전투태세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적군을 적진에 붙잡아 놓는다. 이 틈을 타 아군은 적군이 눈치채기 전에 험지를 벗어나 후일을 도모한다'는 계책이다. 

금선탈각계의 내용을 알아보았으니, 다음회 칼럼에서는 역사상 그 계책을 어떻게 응용했나 살펴보기로 한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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