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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37) 화중지왕(花中之王) 거어지탄(車魚之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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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5-05-19 12:30 조회 6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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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만 그린 모란도, 부귀영화•장수 상징물 넣은 모질도로 변해
- ‘수레와 고기가 없다’는 불평…사람 욕심에는 끝이 없어
모란은 ‘모든 꽃 중의 왕’으로 불리며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車魚之歎(거어지탄)은 중국 전국시대 맹상군 관련 일화에서 유래한 ‘가마와 고기가 없음을 한탄한다’는 귀절로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초기 모란도에는 꽃만 그려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귀영화, 장수 등을 상징하는 동물과곤충이 같이 등장하는 모질도로 변해간 것도 사람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이형로)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이맘때면 따라부르고 싶은 '모란•동백' 첫 구절이다. 원곡자 이제하 작가의 투박한 목소리도 좋고, 조영남 가수의 담담하며 깨끗한 소리도 좋다. 

청순한 아가씨 같기도 하고 성숙한 귀부인 같은 모란. 매년 봄 그 속에 감춰진 요염함과 우아한 자태에서 풍기는 향기에 흠뻑 빠져든다. 모란이 소임을 다할 무렵, 모란을 닮은 작약이 피고 있다. '서면 작약, 앉으면 모란'이란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서있으면 작약처럼 우아하고 앉으면 모란처럼 예쁘다는 말이다. 

모란은 작약과의 낙엽관목으로 그 꽃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며 중국 북서부가 원산이다. 함박꽃이라 불리는 작약은 모란과 비슷하지만 나무인 모란과 달리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래서 모란은 겨울에 가지가 눈을 맞고있지만, 작약은 뿌리만 남긴채 시들었다 봄이면 새싹이 돋는다. 

옛부터 서양에서는 장미를 사랑했다면, 동양에서는 모란이다. 중국에는 수나라 때부터 모란의 품종명이 문헌에 등장한다. 당나라 시인 유종원(劉宗元, 773~819)의 용성록(龍城錄)에 의하면, 당시 품종개량이 시작되어 현종 때는 이미 수십 종의 모란을 가꿨다. 

이때 송선보(宋單父)라는 모란 전문 원예사가 있었는데, 양귀비에 푹 빠진 현종은 그를 불러 장안 여산에 모란을 1만주나 심었다고 하며 꽃의 색깔도 다양했다고 한다. 지금의 산동성 하택시(荷澤市)에는 400여종 80만주의 모란이 심어져 있는 조주모란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진평왕(565~632) 때 당태종이 모란 그림과 모란씨 석 되를 보냈다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이때 덕만공주(후에 선덕여왕)가 모란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향기가 없을 것이라 단정해 씨를 심었더니 과연 향기없는 꽃이 피었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현재의 엄청난 품종개량을 거친 모란과는 달리 원시품종 중에 향기가 약한 것을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당나라 때 모란도에는 동물이나 벌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래서 그런 일화가 전해지지 않았을까. 

모란은 ‘꽃중의 왕’이라는 '百花之王(백화지왕), 향기를 품은 미녀를 지칭한 ‘천향국색(天香國色), ’부귀화(富貴花)‘ 등으로로 불리며, 혼례때의 병풍, 상여 장식, 사찰의 명부전에도 사용되는 등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서로운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인터넷 캡쳐/이형로) 

중국에서 모란은 옛부터 '모든 꽃 중의 왕' , 즉 '화중지왕(花中之王)' 또는 '백화지왕(百花之王)'으로 추앙받아왔다. 신라의 설총(薛聰, 655~730)도 모란을 왕으로 의인화하여 화왕계(花王戒)라는 글을 지을 정도였다. 그후 명나라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본초강목'에서 모란을 '화왕(花王)'이라 못박았다. 

또한 당나라 이정봉의 시에서 유래한 향기를 품은 미녀를 지칭한 ‘천향국색(天香國色), 측천무후의 미움을 사 낙양으로 쫓겨나 ’낙양화(洛陽花)‘,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서 유래한 ’부귀화(富貴花)‘, 초본인 작약과 비교한 목작약(木芍藥) 등으로도 불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여타 꽃들은 오래 못가지만 백거이가 모란은 20일 동안 피고지고 한다고해 이십일초(二十日草)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당태종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부귀화라는 별명으로 만족했던것 같다. 그러니 진평왕에 보낸 모란도에는 모란뿐 다른 소재가 없었다. 그러다 부귀로는 양이 차질않고 '사회적인 지위'까지 더한 '부귀영화(富貴榮華)'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우리 속담에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비유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맹상군(孟嘗君)이란 현명한 재상이 있었다. 그의 식객 중에 풍환이라는 사람은 늘 불평이 많아 다른 이들은 피해 다녔으나 맹상군은 그를 아꼈다.

어느 날 풍환이 밥상에 생선이 없다고 투덜거리자 맹상군은 곧 생선을 올려주었다. 며칠 후에는 타고 다닐 수레가 없다고 탄식하자, 맹상군은 수레를 마련해 주었다. 이후에도 그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 이런 대우를 받은 풍환은 훗날 맹상군을 위해 큰 공을 세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수레와 고기가 없음을 탄식한다'는 '거어지탄(車魚之歎)'이란 성어가 사람의 욕심에는 한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전국책(戰國策)과 사기(史記)에 실려있는 일화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농나라를 얻고 나니 촉나라까지 갖고 싶어 한다'는 말인 '득롱망촉(得隴望蜀), '한 치의 땅을 얻으면 더 얻고 싶어한다'는 뜻인 '득촌진척(得寸進尺)' 등이 있다. 

사람들은 부귀영화로도 모자라 '장수(長壽)'까지 원하게 되어 고양이와 나비까지 넣어 모질도(耄耋圖)를 그렸다. 중국어로 고양이 묘(猫)자는 70세를 뜻하는 모(耄, mao)자와 나비 접(蝶)자는 80세를 뜻하는 질(耋, die)자와 발음이 같아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모란과 함께 머리가 하얀 새인 백두조(白頭鳥)를 더하기도 한다. 

진평왕 당시 신라에서는 이러한 그림의 속뜻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모란씨를 심었더니 정말 향기가 없더라는 말은 호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 선조들도 모란꽃을 사랑했다. 붉은색은 액을 막아준다고 믿었고, 모란의 만개 모습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됐다. 통일신라시대 막새기와에 모란 문양이 처음 등장한 이후, 고려시대 청자는 말할 나위 없고, 조선시대에는 더욱 많은 생활용품에서 모란문양을 찾아볼 수 있다. 

귀한 신분의 호사스런 옷은 물론 반짓고리•베개•이불•병풍 등 생활용품의 장식으로 쓰였다. 지금도 베갯잇에는 물론 담요와 앞치마 등 일상용품은 물론이고 가톨릭의 미사포에서도 모란무늬를 찾아볼 수 있다. 

모란병풍은 민간에서도 사랑을 듬뿍 받았다. 궁중에서처럼 민간의 혼례 때도 마당에 모란대병(牡丹大屛)을 설치했다. 평소에는 현실로 이루어지기 불가능한 꿈같은 일이지만, 혼례 날만큼은 모란병풍을 두르고 임금처럼 대접을 받았다.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할 때도 모란을 사용했다. 상여 곳곳을 모란으로 장식했고, 제사 때 모란병풍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사찰에서는 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명부전에 모란병풍을 설치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종이로 만든 모란꽃을 들고 여러 신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모란은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서로운 꽃이다. 

선덕여왕은 그림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 걸 보고 모란에 향기가 없다 했다. 그러나 모란에는 분명 향기가 있다. 모란은 화왕이라는 별명답게 크고 예쁘다. 사람들은 모란을 꽃 중의 꽃으로 여길지 모르나 벌과 나비의 생각도 과연 그럴까.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9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10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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