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39) 새정부 인사와 낭중지추(囊中之錐)•입현무방(立賢無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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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5-06-23 13:25 조회 57 댓글 0본문
- ‘가만있어도 드러나는 주머니속 송곳’ 같은 인재
- 서열•친소관계 구애받지 않는 등용으로 ‘인사=망사’ 피해야


이재명 정부는 지난 10일 주요 공직 후보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 추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해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일하는 진짜 인재를 널리 발굴한다는 취지다.
추천대상은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부터 장관급까지 폭넓게 상정했고, 공공기관장과 임원도 포함된다. 추천분야는 정무직, 개방형 직위 등 31개 전문분야로 세분화했다. 각 분야를 선택한 후 '나를 추천합니다'와 '다른 사람을 추천합니다'로 추천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자천(自薦), 타천(他薦) 모두 가능한 셈이다.
'나를 추천합니다'란 말을 들으니 '모수'(毛遂)라는 인물이 떠오른다. 중국 전국시대는 서쪽 변방의 강대국 진(秦)나라와 동쪽의 조(趙)•위(魏)•연(燕)•한(韓)•제(齊)•초(楚) 6국의 대치상황이었다. 진나라 재상 장의(張儀)의 유세로 성공한 연횡책(連橫策)에 맞서 약소 6국은 연합국 재상 소진(蘇秦)이 주장한 합종책(合從策)으로 오랫동안 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나라가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포위하자, 조나라 혜문왕은 초나라에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평원군(平原君)을 파견하기로 한다. 혜문왕의 동생인 평원군은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 위의 신릉군(信陵君), 초의 춘신군(春申君)과 더불어 전국4공자(戰國四公子)의 한 사람으로 세 번이나 재상에 오를만큼 국왕과 백성들의 신망이 두터워 식객(食客) 3000여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식객들 중에서 문무에 정통한 20명을 골라 데리고 가려했다. 19명을 쉽게 고르고 나머지 1명을 찾지못해 고심하자 모수라는 사람이 자청했다. 모수는 식객이 된지 3년이나 됐어도별다른 재주를 보이지 못한 터라 평원군은 그를 탐탁지않게 여기며 말했다.
"무릇 세상의 현인이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는 법인데(夫賢士之處世也 譬若錐之處囊中 其末立見, 부현사지처세야 비약추지처낭중 기말입현), 3년동안 나는 당신에 관한 말을 들은 적이 없군요."
그러자 모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래서 오늘 저를 주머니에 넣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일찌기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었다면, 진작에 튀어나와 송곳 끝만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臣乃今日 請處囊中爾 使遂蚤得處囊中 乃穎脫而出 非特其末見而已, 신내금일 청처낭중이 사수조득처낭중 내영탈이출 비특기말현이이)“
모수라는 송곳을 당신의 주머니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뛰어나게 보일 기회가 없었다며, 스스로 천거하며 합류시켜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초나라에 함께 간 19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 모수는 초왕과 직접 담판해 합종을 성사시켰다. 귀국 후 평원군은 모수를 상객(上客)으로 모셨다.
이 고사에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인 '낭중지추'(囊中之錐) 또는 '추처낭중'(錐處囊中)이라는 성어와 '인재가 자진해서 나선다'는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는 성어가 유래한다. 사기 '평원군열전'에 실려있다.
'다른 사람을 추천합니다' 즉 천거로는 삼국시대 사마휘가 유비에게 젊은 인재 두 사람을 추천한 일화가 유명하다. 후한말 십상시(十常侍)의 국정농단과 잦은 민란으로 혼란스런 시기에 천하를 도모하려는 유비는 인재 부족을 아쉬워했다.
특히 군기를 잡고 계책을 세워 전군을 통솔할 군사(軍師)가 없어 고민이었다. 어느 날 형주를 지나다 그곳 은사(隱士)인 사마휘에게 이곳에 인재가 없느냐고 넌즈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복룡(伏龍)과 봉추(鳳雛)를 추천하며 그중 한 사람이라도 얻으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고 했다.
복룡 즉 와룡(臥龍)은 제갈량을, 봉추는 방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와룡은 누워있는 용, 봉추는 봉황의 병아리라는 뜻이다. 나이는 젊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재주와 지혜가 탁월한 사람을 뜻하는 '복룡봉추'(伏龍鳳雛), '와룡봉추'(臥龍鳳雛)는 이 두 사람에게서 유래한 말이다.
그후 유비는 제갈량을 군사로 모시기 위해 관우와 장비의 불평불만을 뒤로하고 융중의 제갈량 초가집을 세번이나 찾아가 그를 군사로 모시게 된다. 이 고사에서 '인재를 얻기위해 노력과 정성을 다한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이때 유비는 47세, 제갈량은 27세였으니, 나이를 떠나 유비가 인재를 얻기 위해 얼마나 성의를 다했는가를 알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민추천제 시행 첫날에만 1만1324건의 추천이 접수됐으며, 가장 많은 추천이 들어온 자리는 법무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순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봉준호 영화감독과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방송인 유재석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추천한다는 글이 다수 있었다. 또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여성가족부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추천한다는 풍자글도 눈에 띄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개지지해 이목을 끌었던 배우 차강석은 자신을 문체부 차관으로 추천해달라고 네티즌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자신처럼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고위 공무원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많은 네티즌은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추천하면서 취지가 퇴색되어 자칫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추천된 인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적임자로 여겨질 경우 정식 임명할 수 있다고 한다.
'세종실록' 재위 12년 12월27일에는 '若其可用之才 不次擢用 何如(약기가용지재 불차탁용 하여)'라는 기록이 있다. '만약 그가 등용해 쓸만한 인재라면 차례나 승진 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발탁하여 등용해 쓰면 어떻겠는가'라는 뜻이다.
'불차탁용(不次擢用)'이란 '서열을 따지지 않고 신분이나 품계를 뛰어넘어 인재를 발탁해 쓴다'는 의미다. 세종은 이를 실천해 천민 신분의 장영실을 종3품 대호군까지 승진시켰고, 아전 출신인 이예(李藝, 1373~1445)를 왜적에게 잡혀간 수많은 포로를 찾아온 공로로 정2품 동지중추원사까지 승진시켰다.
이러한 세종의 등용방식은 임진왜란 당시 명재상 유성룡이 이순신을 파격적으로 발탁한 것에서 빛을 발한다. 종6품 정읍 현감이던 이순신을 정3품 당상관인 전라좌수사로 무려 7단계를 뛰어넘게 천거했다. 백성을 버리고 의주까지 피난해 명나라로 망명까지 생각했던 선조가 왜란 전에 이순신 발탁을 결재한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맹자도 이루 하편(離婁 下篇)에서 '현명한 사람을 등용함에 있어 출신이나 신분, 친소 관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현무방'(立賢無方)을 강조했다. 이는 상(商)나라를 세운 탕(湯)임금의 인사철학이었다.
모든 사회조직 특히 정부기관에서는 사람을 재능과 능력에 따라 적소에 쓰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 노선을 기반으로 진영을 불문하고 인물을 발탁한다고 한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안 되길 바란다.
이 세상에는 재능이 드러났거나 드러나지 않았거나 훌륭한 인재는 늘 있어 왔다. 다만 이를 알아보는 위정자가 드물 뿐이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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